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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대란 新풍조...제강사 직거래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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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7-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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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시장에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대형건설사만 가능했던 제강사와의 직거래 계약이 중견ㆍ중소건설사들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제강사의 공급가격 ‘이원화’에 따른 영향으로, 시장의 평가는 아직 분분하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철근 기준가격은 t당 86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앞선 2분기(80만3000원)보다 약 6만원 인상됐지만, 철스크랩 가격 상승을 이유로 6월부터 4만2000원 인상을 선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만7000원 인상된 셈이다.

이와 함께 제강사들은 유통사에 넘기는 일반판매가격도 2분기 t당 92만5000원에서 1만7000원 인상된 94만2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가격과 일반판매가격 간의 차이 8만원은 3분기에도 유지된다.

제강사는 2011년부터 기준가격만을 운영했다. 대형건설사와의 직거래 계약(건설향)은 물론 유통사에 철근을 넘길 때(유통향)도 기준가격으로 책정했다. 이를테면 가격 ‘일원화’였다. 제강사로부터 기준가격에 물량을 넘겨받은 유통사들은 마진을 얹혀 중견ㆍ중소건설사에 철근을 공급했다.

그러던 기준가격이 6월부터 ‘이원화’됐다. 제강사들이 유통사에 공급하는 유통향 기준가격(일반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려버린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락에 따른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국 유통사의 마진을 제강사가 흡수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건설업계는 끝까지 가격 일원화를 주장했지만,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제강사는 가격 이원화를 관철했다. 3분기 기준가격과 일반판매가격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가격 이원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각기 처한 처지가 다르다는 점에서다.

일단 유통사는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기준가격과 일반판매가격의 격차인 8만원은 유통사가 물량할인(QC)을 제안해도 극복하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유통사를 통해 철근을 공급받는 건설사도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중소건설사까지 제강사와의 직거래 계약이 늘어나는 이유다.

6월부터 직거래를 통해 철근을 구입한 중소건설사 임원은 “건설사 입장에서 기준가격은 과거 ‘상한선’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하한선’이 되어버렸다. 직거래로 기준가격에 웃돈을 얹혀 구매하더라도 일반판매가격보다 저렴하고, 물량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강사도 나쁠 건 없다. 한 제강사 임원은 “건설사들의 부도위험만 제어할 수 있다면 직거래는 제강사에도 이득이다. 또한, 유통사의 시장 교란 가능성도 제거할 수 있어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설사도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6월 중 동일한 제강사를 상대로 대형건설사 A사는 t당 83만원에 철근을 구매한 반면, 중견건설사 B사는 87만원에 구매했다. B사 임원은 “물량할인을 감안하더라도 t당 4만원은 지나치게 큰 격차”라며, “똑같이 즉시 현금결제로 물건을 받아가는데 대형사에는 기준가격보다 싸게 주고, 중견사는 더 받는 차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가격의 신뢰성을 지적한 것이다.

제강사와 건설사 간의 활발한 직거래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급 불안이 지나가면 다시 유통사를 찾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유통사 대표는 “수급이 풀리면 다시 예전처럼 기준가격이 상한선이 될 것이고, 유통사들은 물량할인을 끌어내 건설사에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며, “제강사의 영업력으로는 전국 건설현장을 모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강사 입장에서도 직거래 비중이 마냥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사와 제강사 간의 상생 관계가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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