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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없는 건설사에 공공미술 설치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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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10-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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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전북대학교병원과 킨텍스는 공사비의 1% 범위에서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혹은 공사비의 0.7% 이하 범위에서 문화예술기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발주처 모두 작품 직접 설치를 선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주 90%가 미술작품 직접 설치를 선호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부분 건축비 일부를 기금으로 내는 것을 선호하고 정부도 기금 조성을 독려한다. 정부 차원에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공공미술 설치에 필요한 기금을 총괄 집행하며, 작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예로 미국에서는 평균 건축비의 1~2%를 미술작품 직접 설치에 사용하거나 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데, 기금으로 납부할 때는 설치비의 최소 25%만 내도 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직접설치보다 기금을 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미국 공공미술 자문위원회(PAAC) 자문 아래 각 지역의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관리와 지원, 기존 미술작품 보존 및 관리 비용으로 집행된다. 기금을 통해 관리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설치했다가 사라지는 설치예술 등 다양한 형식의 예술  작품 지원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자문위를 구성해 지자체 공공미술 사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보니, 국내에서처럼 지자체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노르웨이는 공공건축물 신축 시 문화부 산하 공공미술을 담당하는 공공예술부(KORO)를 통해 학교와 철도역, 병원 등 공공시설물에 설치하는 프로젝트 심의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KORO에는 디렉터와 큐레이터, 보존 전문가, 등록 담당자 등 20여명의 사무국 직원이 100명이 넘는 외부 컨설턴트와 함께 공공미술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KORO는 건축비를 통해 조성된 미술기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집행한다. 단순히 작품 설치를 넘어서 공공미술 전문 인력을 양성하거나, 사업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등 공공미술 진흥에 목적을 맞춘 정책적 사업을 추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진흥법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제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지자체로 심의 및 인허가 업무를 떠넘긴 후 관리 및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발주처의 건설사로 업무 떠넘기기의 시작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작된 셈이다.

건축물 직접 설치 업무를 담당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 심의위원회 구성에 지역 대학부터 정치인까지 개입한다. 건설사가 업무를 대행하면 건축물 사용승인 등 공사 인허가와 연계되기 때문에 입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공공미술의 취지를 살리려면 건축공사와 분리 발주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축주가 직접설치보다 기금 조성을 선택해 전문가에 맡길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와 정부의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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